Page 123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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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123


               “삼 세 근[麻三斤]이다.”
                -분명히 떨어진 짚신이다.괴목나무를 가리켜 (악담을 하고는)버드나
                 무를 꾸짖는 꼴이구먼.저울질하는구나.


               평창
                   이 공안은 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다.이는 참으로
                 씹기가 어려워 입을 댈 수가 없다.왜냐하면 담박하여 맛이 없
                 기 때문이다.옛사람들은 부처에 대한 답변을 제법 많이 했다.
                 어떤 이는 “대웅전 안에 계신 분이다”라고 하였고,어떤 이는
                 “삼십이상(三十二相)을 갖춘 분이다”라고 하였고,어떤 이는
                 “장림산(杖林山)밑에 있는 대나무 지팡이다”라고 하였다.그러
                 나 동산스님은 “삼 세 근”이라 하였으니,참으로 옛사람의 혓바

                 닥을 옴짝달싹 못 하게 했다고 하겠다.
                   사람들은 흔히들 이말 저말 둘러대어 “동산스님이 그때에 창
                 고에서 삼[麻]을 저울질하는데 어떤 스님이 이를 물었기에 이처
                 럼 답하였다”하기도 하고,또는 “동산스님이 동문서답(東問西
                 答)을 하였다”하기도 하고,또는 “그대가 부처인데 다시 부처
                 를 물었기에 동산스님이 우회해서 답변하였다”하기도 한다.더
                 욱이 썩어빠진 놈들[死漢]은 한결같이 말하기를 “이 삼 세 근이

                 바로 부처이다”하니,전혀 관계가 없다 하겠다.
                   너희들이 만일 이처럼 동산스님의 말을 더듬거렸다가는 미륵
                 부처님이 하생(下生)할 때까지 참구하여도 꿈에도 깨닫지 못할
                 것이다.무엇 때문인가?말이란 도를 담는 그릇일 뿐인데,옛사
                 람의 뜻은 전혀 모르고 다만 말만 따지니 어찌 핵심이 있겠는
                 가?듣지 못하였는가?옛사람의 “도란 본디 말이 아니나 말로
                 말미암아서 도가 나타나는 것이니,도를 깨닫고 나서는 곧 말을
                 잊어야 한다”라는 말을.이 뜻을 알려면 나에게 첫 번째 기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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