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6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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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히 가서는 살짝 드러내 보이어 그대들을 깨닫도록 해주고,바
로 설명하여 말하기를 “훌륭히 응수했으니 어찌 경솔하게 건드
렸으랴!”고 하였다.동산스님은 이 스님에게 경솔하게 대답하지
않았다.이는 마치 종소리는 치는 대로 나고 골짜기가 메아리를
발산하는 것처럼 크고 작음에 따라 응하면서 감히 경솔하게 굴
지 않은 것이다.설두스님은 심장이며 간이며 오장(五臟)을 일
시에 노출시켜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설두스님은 ‘고요한 가운데 훌륭한 응수’라는 송을 지었는데,
다음과 같다.
눈앞에 보여주었으니
참으로 핵심을 찔렀구나.
용과 뱀은 판단하기 쉽지만
납자는 속이기 어렵네.
황금 철퇴는 그림자 번쩍이고
보검의 광채는 싸늘하기만 하다.
그대로 다가오니
어서 보아라.
동산스님이 처음 운문스님을 참방하자,운문스님이 물었다.
“요사이 어느 곳을 떠나 왔느냐?”
“ 사도(渣渡:강남성에 있는 나루터)에서 왔습니다.”
“ 여름에는 어느 곳에 있었는고?”
“ 호남 보자사(報慈寺)에 있었습니다.”
“ 언제쯤 그곳을 떠나 왔느냐?”
“ 8월 25일입니다.”
“ 그대에게 세 방망이를 때리리니 승당으로 꺼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