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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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129


                 하기 어렵고 어(魚)자와 노(魯)자가 헷갈리는 것과 같을 뿐이다.
                   설두스님은 노파심이 간절하여 그들의 의심덩어리[疑情]를
                 타파하고자 또다시 썩어빠진 놈들을 인도하였다.“그리하여 장
                 경스님과 육긍대부를 회상하노라니,‘마땅히 웃어야지 통곡해서
                 는 안 된다’라고 말할 줄 알았네”라고 말했다.
                   그의 송을 논하여 보면 단지 처음 세 구절로 일시에 송을 끝

                 마쳤다 하겠다.나는 그대에게 묻노니,똑 떨어지게 단지 ‘삼
                 세 근’이라는 한마디일 뿐인데,설두스님이 도리어 수많은 언어
                 문자를 말한 것은 자비의 마음이 각별하였기에 그랬던 것인가?
                   육긍대부(陸亘大夫)는 선주관찰사(宣州觀察使)가 되어 남전
                 (南泉)스님을 참방하였으나 남전스님은 이미 돌아가신 뒤였다.
                 육긍이 남전스님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절에 들어가 제사를
                 지내다가 갑자기 껄껄대며 큰 소리로 웃으니,원주가 그에게 말
                 하였다.

                   “돌아가신 스님과 대부와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인데 어찌하
                 여 통곡하지 않습니까?”
                   “ 말할 수 있다면 곡하리다.”
                   원주가 아무런 말이 없자,육긍이 큰 소리로 곡하면서,
                   “아이고,아이고!스님께서 세상을 떠나셨구나”라고 하였다.
                   그 후 장경스님이 이 소문을 듣고 말하였다.
                   “대부는 웃었어야지,결코 통곡해서는 안 된다.”

                   설두스님이 이 뜻의 핵심을 빌려 말하였다.
                   “그대가 이렇게 알음알이로 이해한다면,참으로 웃어야지 통
                 곡해서는 안 된다.”
                   이는 옳기는 옳으나 맨 끝에 한마디를 했으니 참으로 잘못했
                 구나.다시 “아이쿠!”라고 하였으나,설두스님은 이를 완전히 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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