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4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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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개[狗]이다.”
“ 개는 누구인가?”
“ 개는 그대이다.”
이처럼 일곱 번을 반복하자 외도는 스스로가 졌다는 것을 알
고 이치에 굴복하여 드디어는 문을 열었다 한다.제바가 이때에
누각 위에서 붉은 깃발을 가지고 내려오자 외도가 말하였다.
“그대는 왜 뒤에 오지 않는가?”
“ 그대는 왜 앞서지 못하는가?”
“ 그대는 천한 사람이다.”
“ 그대는 훌륭한 사람이구나.”
이처럼 끊임없이 문답을 주고받으면서 제바가 막힘 없는 논
변으로 그를 꺾어 버리니 이로 인하여 외도는 굴복하였다.
그때 제바존자는 손에 붉은 깃발을 잡았으며 논의에서 진 사
람은 깃발 아래 서 있었다.외도들이 모두가 목을 베어 사과를
하려 하자,제바는 이를 제지하고 단지 잘 지도하여 머리를 깎
아 불도에 들어오도록 하니 이로써 제바의 종지는 크게 흥성하
였다.설두스님이 뒤에 이 일을 송(頌)하였다.
파릉스님의 대중들 중에는 그를 감다구(鑑多口:말 잘하는
감스님)라 부르기도 했다.(선승이 선지식을 만나면 좌구를 펴
고 예를 올리는데)그는 항상 좌구를 꿰매어 버리고는 (절도 올
리지 않고)행각했다.(바로 이 파릉스님이)저 운문스님 본분의
대사(大事)를 깊이 체득했다.그래서 기특한 것이다.그 후 세상
에 나와 운문스님의 법을 이었지만 처음 악주(岳州)파릉에 주
지살이 할 때 결코 법사(法嗣)에 대한 글을 지어 올리지 않고,
다음과 같은 삼전어(三轉語)만을 운문스님에게 올렸다.
“무엇이 도일까?눈 밝은 사람이 우물에 떨어졌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