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3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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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133


                 말하였다.“어느 곳으로 가려느냐?”그 스님이 “보현보살(普賢
                 菩薩)에게 예배하러 갑니다”라고 말하자,대수스님은 불자(拂子)
                 를 곧추세우면서 말하였다.“문수․보현 보살 모두가 ‘여기’에
                 있느니라.”그 스님이 하나의 원상(圓相)을 그려 스님께 바치려
                 다 등뒤로 던져 버리자,대수스님은 말하였다.“시자야,차 한
                 봉 가져다가 이 스님에게 주도록 하라.”

                   이에 운문스님이 따로 논평하기를 “서천에서는 머리를 베고
                 팔을 끊어 버리지만 여기서는 내쫓는다”고 하고,또 이르기를
                 “붉은 깃발이 나의 손안에 있다”고 했다.서천에서는 논의(論議)
                 에서 이긴 사람은 손에 붉은 깃발을 잡고,진 사람은 도리어 가
                 사를 뒤집어 입고 쪽문으로 물러가는 관례가 있었다.
                   서천에서 논의를 하려고 할 때는 반드시 왕의 칙명에 따라
                 큰절에서 종을 울리고 북을 두드린 뒤에 논의를 시작하였다.이
                 리하여 외도들은 불교 사원의 종과 북을 봉하여 치지 못하도록

                 금하여 불법을 배척했던 것이다.당시 가나제바존자(迦那提婆尊
                 者)는 불법에 어려움이 닥치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서 신통력으
                 로 누각에 올라 종을 치며 외도를 물리치려고 하였다.이윽고
                 외도가 물었다.
                   “누각 위에서 종을 치는 자는 누구인가?”
                   제바가 말하였다.
                   “하늘이다.”

                   “ 하늘은 누구인가?”
                   “ 나[我]다.”
                   “ 나[我]라니,누구인가?”
                   “ 내[我]가 그대이다.”
                   “ 그대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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