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2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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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릉스님이 말하였다.
“은바리때에 눈[雪]을 담았노라.”
-그대의 목구멍을 막았다.갈기갈기 찢겼구나.
평창
이 공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고서 “이는 외도
(外道)의 종지다”라고 하지만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제15조 제
바(提婆)존자는 외도 가운데 하나였는데 제14조 용수(龍樹)존자
를 뵈었을 때 바늘을 바리때 속으로 던지자 용수존자는 그를
큰그릇으로 여기고 부처님의 심종(心宗)을 전수하여 제15조로
삼았다.
능가경(楞伽經)에서는 “부처님이 말씀해 주신 마음[佛語心]
으로 종(宗)을 삼고,문(門)이 없는 것으로 법문을 삼으라”고 하
였으며,마조스님은 “이러쿵저러쿵 말을 한다면 제바의 가르침
이니 다만 ‘이것’을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하였다.
여러분들은 납승의 문하객(門下客)들인데 제바의 종지를 일
찍이 몸소 알아차렸는가?만약 몸소 알아차릴 수 있다면 서천
(西天)의 96종 외도가 일시에 그대에게 항복하겠지만,몸소 알
아차리지 못한다면 도리어 가사(袈裟)를 뒤집어 입고 쫓겨나는
꼴(논쟁에서 패하면 이렇게 함)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말해 보
라,이 무엇인가를.지껄인 말이 옳다 해도 관계가 없을 것이며
옳지 않다 해도 또한 관계가 없을 것이다.말해 보라,마대사(馬
大士)의 뜻은 어디에 있는가?그 뒤에 운문스님은 “마대사는 좋
은 말씀을 했지만,묻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고 하였다.어느
스님이 “어떤 것이 제바의 종지입니까?”하고 묻자,운문스님은
96종 외도 가운데 그대가 최하의 한 종류이다”라고 하였다.
지난날 어느 스님이 대수(大隋)스님을 하직하자 대수스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