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5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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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135


                   “무엇이 취모검(吹毛劍)일까?산호의 가지마다 달이 걸렸다.”
                   “ 무엇이 제바종일까?은바리때에 눈을 담았다.”
                   운문스님이 말하기를 “후일 노승의 제삿날에 이 삼전어만 거
                 량하여도 크게 은혜를 보답한 것이다”라 했다.이후로 그의 말
                 대로 제삿날이 되면 재를 올리지 않고 운문스님의 유언에 따라
                 서 이 삼전어만을 거량하였을 뿐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여러 총림에서 답변한 것은 대부분 사(事)
                 의 측면에서 답변한 것이므로,오직 파릉스님의 이와 같은 말은
                 지극히 고준(孤峻)하여 이해하기 어렵다.또한 조금치도 칼날을
                 노출하지 않은 채,팔방의 적을 상대하면서도 쓱쓱 몸을 벗어날
                 길이 있으며,범을 사로잡는 솜씨가 있어 사람의 정견(情見)을
                 벗겨 주었다.만약 절대평등의 세계에서 의논한다면 여기에 이
                 르러 모름지기 자신이 투철히 벗어난 뒤에야 마침내 사람을 마
                 주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므로 도오(道吾)스님이 홀(笏)을 들고

                 춤을 춘 것은 같은 경지에 있는 사람이라야 알고,석공(石鞏)스
                 님이 활을 당긴 뜻은 작가 선지식이라야 안다.이 이치를 스승
                 이 인가하고 전수하지 않는다면 어느 법에 의지하여 현담(玄談)
                 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설두스님은 바로 뒤이어 사람을 제접하기 위하여 송을 했다.


               송

               신개(新開)의 영감님
                -일천 군사를 얻기는 쉽지만 한 장수를 구하기는 어렵다.말 많은 스
                 님이로다.

               뚜렷이 남다르구려.
                -무엇이 뚜렷한가?정문(頂門)을 한 번 내지를 줄을 알았겠느냐 몰랐
                 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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