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9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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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139
서 3백6십 회에 걸쳐 돈교(頓敎)․점교(漸敎)․권교(權敎)․실교
(實敎)를 말씀하셨는데 이를 일러 일대시교(一代時敎)라 한다.
이 스님이 이를 들어 묻기를 “무엇이 일대시교입니까?”하나,
운문스님은 무엇 때문에 이러쿵저러쿵 해설해 주지 않고 도리
어 그에게 “상황에 따라 말씀하신 것이다”라고 말했을까?운문
스님은 평소 한 구절 속에 반드시 세 구절[三句]을 갖추어 놓았
는데,이를 하늘을 덮고 땅을 싸버린 구절[函蓋乾坤句],파도를
따르고 물결을 쫓는 구절[隨波逐浪句],많은 흐름을 끊는 구절
[截斷衆流句]이라고 한다.놓아주기도 하고 잡아들이기도 하여
자연히 기특하다.이는 마치 못을 자르고 무쇠를 끊은 것과 같
아서 사람으로 하여금 ‘그것을’이치로 이해하거나 헤아리지 못
하도록 한 것이다.
일대장교(一大藏敎)는 단지 이 세 자[對一說:기연에 맞추어
하신 말씀]일 뿐이어서,사방 팔면 어디에도 그대가 천착할 곳
은 없다.많은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고서 이르기를 “동시에 적
합한 기연에 딱 맞추었기 때문에 그랬다”하고,또한 “삼라만상
이 모두 한 법[一法]에 의하여 도장 찍힌 바이기에 이를 ‘상황
에 따라 말씀한 것이다’고 한다”고 하며,또한 “이는 저 하나의
법을 말씀했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무슨 관계가 있겠는
가?알지 못했을 뿐 아니라,반드시 쏜살처럼 지옥으로 들어가
게 될 것이다.
이는 옛사람의 뜻이 이 같지 않았다는 것을 전혀 몰랐던 것
이다.그러므로 “뼈가 가루 되고 몸이 부서져도 은혜를 다 갚지
못하나 한 구절을 밝게 깨치면 그 공덕 백억 배나 뛰어넘는다”
고 하였으니,참으로 기특하기도 하다.“무엇이 일대시교입니
까?”라 하자,단지 그저 “상황에 맞게 말씀하신 것이다”고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