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0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P. 140
140
을 뿐이다.만약 대뜸 깨치면 곧 (본래의 자기)집에 돌아가 편
히 앉아 쉬겠지만,깨닫지 못하면 다시 엎드려 판결을 받아야
한다.
송
상황에 맞게 하신 말씀
-팔팔하구나.말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맴돈다.참으로 고준하다.
너무나 고절(孤絶)하다.
-옆에서 보는 사람이 오히려 잘 알 수 있다.어찌 천 길 벼랑 위에 서
있는 정도에 그치겠으리오!어찌 이러한 일이 있겠는가?
구멍 없는 철추로 거듭 쐐기를 박았구나.
-겉모습과 명칭을 잘못 알았군.운문 늙은이도 (쓸데없이)진흙 속에
서 흙덩이를 씻고 있는데 설두 또한 한술 더 뜨는군.
염부제나무 아래에서 껄껄대며 웃으니,
-이 고을 저 고을 (둘러보아도)일찍이 이런 놈을 보지 못했다.같은
길을 걷는 자만이 알 것이다.몇 사람이나 알 수 있을는지.
어젯밤 검은 용의 뿔이 요절났구나.
-검은 용이 뿔이 꺾였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누가 본 사람이 있는
가?증명할 수 있느냐?벙어리.
별나고도 별남이여!
-찬탄도 분수가 있어야 한다.설두라야 비로소 할 수 있다.
소양 늙은이(운문스님)가 용의 뿔 한 조각 얻었도다.
-어느 곳에 있느냐?그 말뚝을 누구에게 주려고?덕산과 임제라도 또
한 삼천 리 밖으로 내뺄 것이다.말뚝이 다 뭐냐!쳐라.
평창
“상황에 맞게 말씀하심이여!너무나 고절(孤絶)하다”라 했으
니,제아무리 설두스님이라도 이루 다 찬탄할 수 없다.이 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