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1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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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141
홀로 초탈하여 높고 높아 앞사람보다도 빛나고 뒷사람도 견줄
이 없다는 것이다.마치 만 길 벼랑과도 같고,또한 백만 대군
이 진을 치고 있는 것처럼 들어갈 곳이 없고 몹시 높고 위험할
뿐이다.옛사람은 말하기를 “간절히 깨치고자 하면 물음을 가지
고 묻지 마라.물음은 답에 있고,답은 물음에 있다”하였는데,
바로 이것이 고준(孤峻)한 것이다.말해 보라,어느 곳이 고준한
곳인가를.천하 사람들이 쩔쩔매는구나.이 스님 또한 작가 선
객인지라 이처럼 물었으며,운문스님도 이처럼 답하였던 것이
니,이는 구멍 없는 철추로 거듭 쐐기를 박는 것과 너무도 닮았
다.
설두스님은 언어문자를 쓰는 솜씨가 매우 정교하다.“염부제
나무 아래에서 껄껄대고 웃는다”송했는데,염부제나무에 대해
서는 기세경(起世經) 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수미산 남쪽 언덕에 폐유리(吠琉璃)나무 그림자가 염부주(閻
浮洲)에 비치는데 모두 푸른빛이다.이곳 염부주에서는 이 큰
나무를 염부제(閻浮提)라 한다.그 나무는 가로가 7천 유순(由
旬:40리 또는 30리의 거리 단위)이며,그 아래에 염부단(閻浮
檀)금괴가 있는데 그 높이는 20유순이다.황금이 나무 아래에
서 나오기에 염부수(閻浮樹)라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설두스님은 말하기를 “그가 염부제나무 아래에서 껄
껄대고 웃는다”했는데,말해 보라,그가 웃는 뜻이 무엇인지를.
그는 어젯밤에 뿔이 꺾인 검은 용을 보고 웃은 것이다.참으로
제대로 운문스님을 받들어 칭찬하고 있다고 하겠다.
운문스님이 “상황에 맞게 하신 말씀이다”하였는데,이는 무
엇과 같다고 할까?검은 용의 뿔이 요절난 것과 같다.여기에
이르러 이러한 일이 없었다면 어떻게 이러한 말을 할 수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