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4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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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것이다.처음에 한 질문은 ‘법문을 청함[請益]’이라고 하는데,
                 이 질문은 이해한 것을 아뢰는 물음[呈解問]또는 칼끝을 숨긴
                 물음[藏鋒問]에 해당된다 하겠다.만일 운문스님이 아니었더라
                 면 그를 어찌하지 못했을 것이다.운문스님에게 이러한 솜씨가
                 있었기에 그가 물어 오자 마지못해서 말로 답하였다.무엇 때문
                 인가?작가 종사란 밝은 거울이 경대에 걸려 있어서 오랑캐가

                 오면 오랑캐가 나타나고 한족이 오면 한족이 나타나는 것과 같
                 기 때문이다.
                   옛사람은 “자기가 간절하게 얻고자 한다면 물음을 가지고 묻
                 지 마라.왜냐하면 물음은 답에 있고,답은 물음에 있기 때문이
                 다”라고 하였다.예전의 모든 성인들은 일찍이 한 법이라도 사
                 람들에게 말해 준 적이 없으니,언제 그대에게 선도(禪道)를 말
                 해 주었던가?그대가 지옥의 업을 짓지 않는다면 자연히 지옥
                 의 과보를 부르지 않을 것이며,그대가 천당에 갈 씨[因]를 만

                 들지 않는다면 자연히 천당의 과보를 받지 않을 것이다.일체의
                 업연(業緣)이란 모두가 자신이 짓고 자신이 받는 것이다.
                   옛사람(운문스님)이 그대들에게 분명히 말하였다.“이 일을
                 논한다면 언구(言句)에 있지 않다.만일 언구에 있다면,삼승십
                 이분교(三乘十二分敎)에 어찌 언구가 없다 하겠는가?더욱이 무
                 엇 때문에 조사가 서쪽에서 오셔야만 했겠는가?”
                   앞(제14칙)에서는 “상황에 맞게 하신 말씀이라”고 하였고,여

                 기에서는 다시 “거꾸로 한 번 말씀하심이라”고 하였다.그저 한
                 글자(倒와 對)다를 뿐인데 어찌해서 천차만별이 있을까?말해
                 보라,문제점이 어디에 있는가를.그러므로 “법은 인연 따라 행
                 하고 전법을 위한 깃발은 가는 곳마다 세운다”고 하였다.“상황
                 에 적절한 상대도 아니고,상황에 적절한 말씀도 아닐 때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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