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5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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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145


                 떠합니까?”라는 말은 정면으로 한 번 건드려 본 것이다.그러나
                 만약 안목을 갖춘 자라면 조금만치도 그를 속일 수 없을 것이
                 다.질문이 이미 어려웠기 때문에 대답 또한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이는 실로 운문스님은 도적의 말을 타고 도적을 쫓은
                 것이다.어떤 사람은 이를 잘못 이해하고서 “본래 주인이 할 말
                 을 손님이 했기 때문에 운문스님이 ‘거꾸로 한 번 말씀하심이

                 라’고 하였다”고 하나,무엇이 그리도 다급할까!
                   이 스님의 물음은 좋았었다.“상황에 적절한 상대도 아니고,
                 상황에 적절한 말씀도 아닐 때는 어떠합니까?”에 대해,운문스
                 님은 무엇 때문에 그에게 다른 말로 답하지 않고,다만 “거꾸로
                 한 번 말씀하심이라”고 말하였을까?운문스님이 일시에 그를
                 타파해 버리려고 여기에 이르러서 “거꾸로 한 번 말씀하심이
                 라”고 말한 것은,사실은 멀쩡한 살갗을 긁어서 부스럼을 만든
                 격이라 하겠다.

                   무엇 때문일까?말의 자취가 일어나면 흰구름이 천리 만리
                 덮인 것처럼 그로 인해서 길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설령 일시
                 에 언구가 없다 해도 노주(露柱)와 등롱(燈籠)이 어찌 말이 있었
                 겠으리오.알겠느냐?만일 알지 못했다면 여기에 이르러서는 모
                 름지기 시점을 바꾸어야만 비로소 귀착점을 알게 될 것이다.


               송

               거꾸로 한 번 말씀하심이여!
                -놓아버리질 못했구나.갈기갈기 찢겼구나.수미산 남쪽 언덕에 보관
                 한 경전이 모두 5천48권이로다.

               (쪼갤 수 없는)한 덩어리를 쪼개어
                -그대에게도 있고 내게도 있다.하남(河南)에도 있고,하북(河北)에도
                 있도다.손을 잡고 인도해 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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