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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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사를 같이하며 그대 위해 결단해 주었네.
                -(부질없이)진흙 속에서 흙덩이를 씻는다.무슨 까닭인가?그대를 포
                 기할 수 없다.

               8만 4천 대중은 봉황의 털이 아니며
                -(그 숫자가)새털처럼 많다.너무나 사람의 기를 죽이는구나.답답한
                 놈이 부지기수로다.
               33인의 조사는 호랑이 굴로 들어갔다.
                -나만이 알 뿐이다.(천 명의 졸개를 구하기는 쉬워도)한 명의 장수는
                 구하기 어렵다.불여우떼 한 무리로다.
               별나고도 별남이여!
                -무슨 유별난 곳이 있으랴.뽐내지 마라.마음대로 날뛰거라.

               일렁일렁,반짝반짝 물속에 어린 달이로다.
                -밝은 대낮에 거울 속의 형상을 자기로 잘못 알았구나.허둥지둥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평창
                   설두스님 또한 참으로 작가답다.한마디로 대뜸 “(쪼갤 수 없
                 는)한 덩어리를 쪼갰다”하니,분명하게 한 수 뒤로 물러나 손
                 을 잡아 인도해 주었다.그는 원래 용서해 주는 솜씨가 있기에
                 감히 그대와 함께 진흙과 물속으로 들어가 생사를 함께하였다.
                 그러므로 설두스님이 이처럼 송을 하였으나,실로 별다른 것이
                 아니다.다만 그대의 끈끈한 속박을 풀고,그대를 얽어매는 쐐

                 기를 뽑아 주려고 하였던 것인데,요즈음엔 도리어 언구에 의지
                 하여 점점 더 알음알이를 내고 있다.
                   예컨대 암두스님이 “설봉(雪峰)스님은 비록 나와 생을 함께
                 하지만 나와 죽음을 같이할 수는 없다”라고 말한 것처럼,만일
                 온전한 기틀로써 투철히 벗어나 완전히 자재(自在)를 얻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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