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7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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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147
이 아니라면 결코 그와 사생을 함께할 수 없었을 것이다.왜냐
하면 그(운문스님)에게는 수많은 득실․시비․삼루(滲漏:悟道
上에 있어서의 미혹)가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므로 동산(洞山)스
님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향상인(向上人)의 진위(眞僞)를 분별하고자 한다면 여기에는
세 가지 삼루(滲漏)가 있다.곧 망정이 새어나오는 것[情滲漏]
과,견해가 새어나오는 것[見滲漏]과,말이 새어나오는 것[語滲
漏]이 그것이다.견삼루란 작용이 단계적인 지위를 떠나지 못하
면 독바다[毒海]에 떨어진다는 것이며,정삼루란 지혜에 항상
안정되지 못해 식견이 치우치는 것이며,어삼루란 오묘함만을
따르다가 종지를 잃어 언제나 상황판단이 어두운 것이다.이 세
가지 삼루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또 삼현(三玄)이 있으니,곧 체중현(體中玄),구중현(句中玄),
현중현(玄中玄)이다.옛사람은 이러한 경계에 이르러 온전한 기
틀[全機]과 완전한 작용[大用]으로 삶을 만나면 그와 함께 살고,
죽음을 만나면 그와 함께 죽는다.범의 아가리에 몸을 처넣고
내맡겨 천리 만리라도 그를 따라갔던 것이다.왜냐하면 이 궁극
의 한 수는 그 자신이 얻도록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8만 4천 대중은 봉황의 깃털이 아니다”한 것은 영산회상
(靈山會上)의 8만 4천의 성중(聖衆)이 봉황의 깃털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사(南史) 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송(宋)나라*
때 사초종(謝超宗)은 진군(陳郡)양하(陽夏)땅 사람이며,사봉
(謝鳳)의 아들이다.학문을 널리 하고 문장과 재주가 뛰어나 조
정에서 따를 사람이 없었다.그 당시에 독보적인 존재였으며 문
장에 능하여 왕부상시(王府常侍)*가 되었는데,왕의 모친 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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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본에는 ‘왕국상시(王國常侍)’로 되어 있으나,대정신수대장경본에 의거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