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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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149


                 스로 타파하게 내맡겨 두고,스스로 호랑이 수염을 만지도록 하
                 는,모름지기 그러한 경지에 이르러야만 된다.
                   일곱 가지 장비를 갖추어야만 생사를 함께할 수 있다.높은
                 자는 억누르고,낮은 자는 높여 주며,부족한 자에게,높은 봉우
                 리에 있는 사람을 구제하여 (번뇌의)거친 풀 속으로 들어가게
                 하고,거친 풀에 떨어져 있는 자는 구제하여 높은 봉우리에서

                 살게 하여야 한다.그대가 확탕(鑊湯)․노탄(爐炭)지옥에 들어
                 가면 나도 함께 확탕․노탄 지옥으로 들어갈 것이다.그것은
                 실로 별다른 게 없고,다만 그의 끈적끈적한 속박을 풀어 주고,
                 못과 쐐기를 뽑아 주며,채롱[籠]을 벗겨 버리고 짐을 부려 버
                 리게 하는 데 있다.
                   평전(平田:770~843)화상이 한 수의 송을 하였는데 매우 훌
                 륭하다.


                     신령한 빛이 어둡지 않아
                     만고에 아름다운 도이니
                     이 문에 들어와서는
                     알음알이를 들먹거리지 마라.


                   “별나고도 별남이여!일렁일렁,반짝반짝 물속에 어린 달이
                 다”하니,참으로 몸을 벗어날 길이 있으며 사람을 살리는 기틀
                 이 있다.설두스님이 염송(拈頌)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가서 살 기틀[生機]을 밝게 깨달아 어구(語句)를 따르지 못하도
                 록 하였다.만일 그대가 언어나 문자 따위를 따른다면 바로 이
                 것이 “일렁일렁,반짝반짝 물속에 어린 달”이다.이제 어떻게

                 하면 평온을 얻을 수 있을까?한 수 봐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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