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1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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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151
본칙
어떤 스님이 경청(866~937)스님에게 물었다.
“학인(學人)이 줄(啐:병아리가 달걀 안에서 나오려고 쪼는 것)
을 하겠으니,스님께서는 탁(啄:병아리가 나오려고 쪼아댈 적에
어미닭이 맞춰 달걀을 쪼아 주는 것)을 하여 주십시오.”
-바람이 없는데 파랑을 일으켜 무엇 하려고?그대는 허다한 견해로써
무엇 하려는가?
“살아날 수 있겠는가?”
-내질렀구나.모자를 사고 나서 머리 크기를 재는 꼴이군.잘못을 가
지고 잘못으로 나아간다.절대로 이래서는 안 될 텐데…….
“살아나지 못한다면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받을 것입니다.”
-서로 누를 끼쳤다.(그런 놈이)천지에 그득하군.이 외골수야!
경청스님은 말하였다.
“역시 형편없는 놈이로구나.”
-그럼 그렇지.꺼져라!봐줘서는 안 된다.
평창
경청스님은 설봉(雪峰)스님의 법을 이어받았으니,본인(本仁)
․현사(玄沙)․소산(疎山)․태원 부(太原浮)등과 같은 시대의
인물이다.처음 설봉스님을 뵙고 종지를 얻은 뒤 항상 줄탁(啐
啄)의 기연으로 후학을 일깨우니 근기에 딱딱 맞추어 설법을
하였다.그는 대중 법문에서 이르기를 “무릇 수행하는 사람이라
면 줄탁동시(啐啄同時)의 안목을 갖추고 줄탁동시의 작용이 있
어야만이 바야흐로 납승(衲僧)이라 일컬을 수 있다.이는 마치
어미닭이 쪼려 하면 병아리도 쪼지 않을 수 없고,병아리가 쪼
려고 하면 어미닭도 쪼지 않을 수 없는 것과 같다”고 하니,어
떤 스님이 문득 앞으로 나와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