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5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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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155


               쪼았다.알아차렸다.
                -무슨 말이냐?둘째 번(방편문)에 떨어졌군.
               아직도 껍질 속에 있도다.
                -무엇 때문에 나오지 않느냐?

               거듭 얻어맞았으니
                -잘못했다.(원오스님은)후려쳤다.두 번 거듭된 잘못이라.아니 세겹
                 네겹이로군.

               천하의 납승들이 부질없이 겉모습만 더듬네.
                -봐줬다.꼭 거량하지 않아도 된다.그래도 겉모습이라도 더듬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있다 해도 역시 형편없는 놈이다.천고만고에
                 새까맣게 많구나.도랑을 메우고 골짜기를 막을 정도로 많은 사람 중
                 에서도 그것을 아는 사람이 없다.

               평창
                   “옛 부처는 가풍이 있었다”라고 하여 설두스님은 한 구절로
                 송을 끝내 버렸다.대개 머리를 내밀어 엿보아도 곁에 얼씬도
                 할 수 없다.만일 가까운 곁에 이르렀다 해도 아득히 멀다.머

                 리를 내밀어 엿보았다 하면 벌써 천박해진 것이다.설령 종횡무
                 진하여도 조금도 힘들일 필요는 없다.설두스님의 “옛 부처님에
                 게는 가풍이 있다”는 말은,요즈음이 이렇다는 것이 아니다.
                   석가 노인은 처음 탄생하자마자 한 손으로는 하늘을 가리키
                 고 한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눈으로는 사방을 돌아보면서
                 “천상천하에 나 홀로 존귀하다”고 말씀하셨다.이에 운문스님은
                 “내가 그 당시에 그걸 보았더라면 한 방망이로 쳐죽여서 개가

                 먹도록 던져 주어 오로지 천하의 태평을 도모했을 것이다”고
                 하였다.이처럼 해야지만 바야흐로 잘 응수하는 것이라 하리라.
                 그러니 줄탁의 기연은 모두가 옛 부처의 가풍인 것이다.
                   이 도를 통달한 자는 한 주먹으로 황학루(黃鶴樓)를 거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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