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6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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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리고 한 발길로 앵무주(鸚鵡洲)를 걷어차 버리리라.이는 큰
                 불더미와도 같아서 가까이하면 얼굴을 데이고,태아(太阿)의 보
                 검과도 같아서 머뭇거리면 목숨을 잃게 된다.이는 오직 투철하
                 게 벗어나 완전한 해탈을 얻은 자만이 이럴 수 있다.혹 근본에
                 혼미하여 언구에 막혔다면 이 같은 말을 지어내려 해도 결코
                 할 수 없을 것이다.

                   “(제자를 위해)거량을 하다가 깎아 내림을 당했다”는 것은
                 한 손님[賓]과 한 주인[主]이 일문일답을 하면서 문답하는 곳에
                 서 깎아 내림[貶剝]을 당했으므로,이를 “거량을 하다가 깎아
                 내림을 당했다”고 말한 것이다.설두스님은 이 일을 깊이 알았
                 기에 두 구절로 송을 끝낸 셈이다.
                   이 뒤로부터는 자비로 수준을 낮추어 그대를 위하여 설명해
                 준 것이다.“어미와 새끼가 서로 모르는데 어느 누가 줄탁의 기
                 연을 함께할 수 있을까”라는 말은,어미가 쪼아 준다 해도 새끼

                 가 쪼지 못하고,새끼가 쫀다 해도 어미가 쪼아 주지 못하니,
                 각각 서로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줄탁을 하더라도 동시에 줄탁
                 을 할 주체가 어디에 있겠는가라는 것이다.만일 이렇게 이해한
                 다면 설두스님의 마지막 말씀을 뛰어넘으려 해도 벗어날 수 없
                 다.왜냐하면 듣지 못했는가,향엄(香嚴)스님의 말을.즉 “새끼
                 가 쪼고 어미가 쪼아대니 새끼는 껍질이 없다고 느낀다.새끼와
                 어미가 모두 껍질이 없다고 여겨 기연에 감응함이 어긋나지 않

                 는다.같은 길을 가는 사람끼리 노래부르지만 현묘한 길은 홀로
                 걷는다.”
                   설두스님은 자비로 몹시 수준을 낮추어 언어문자를 써서 이
                 르기를 “쪼았다”라고 하였다.이 말은 경청스님이 대답한 “살아
                 날 수 있겠느냐?”라는 구절을 노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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