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1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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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161
고 묻자 향림스님이 “오랫동안 앉아 있노라니 피곤하구나”라고
말하였다.
이는 (인위적으로 꾸민)맛이 아닌 진국이다.이처럼 꾸밈없
는 말이 사람의 입을 꽉 틀어막아 그대들이 조잘대지 못하게
했다.이는 단박에 알아차려야 한다.그러나 만일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절대로 알음알이로 알려 해서는 안 된다.향림스님은
일찍이 작가 선지식을 만났었기에 운문스님의 솜씨가 있어 운
문 삼구(三句)의 체제와 가락이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잘못 알고서 “조사가 서쪽에서 오시어 9년 간
면벽(面壁)을 했으니,어찌 ‘오랫동안 앉아 있어 피로하지’않았
겠느냐?”고 하지만 여기에 무슨 근거가 있겠는가?이는 저 고인
이 얻은 완전하게 자유자재로운 경지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들은 실제의 경지를 터득하여 불법에 대한 잡다한 알음알이
나 설명이 없고,모든 상황마다 알맞게 활용했다.이른바 “법은
법에 따라 행하고 법을 펴기 위한 법당(法幢)은 이르는 곳마다
세운다”라는 것이다.설두스님은 바람 부는 방향에 따라 불을
불며 곁에서 한 수도 아닌 반 수 정도 가르쳐 준 것이다.
송
한 사람 두 사람 천만 사람이여!
-무엇 때문에 법령대로 처단하지 않는고?수없이 많구나.한 떼거리인
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굴레를 벗고 무거운 짐을 부렸구나.
-오늘부터는 응당 말끔하여 해맑으리.결판을 냈느냐?
왼쪽으로 돌고 오른쪽으로 돌며 뒤를 따르니
-아직 내려놓지 못했군.뿌옇고 가물거리는구나.(원오스님은)후려쳤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