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2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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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호(紫胡)스님은 유철마(劉鐵磨)를 때릴 수밖에 없었구려.
                -산승은 주장자를 꺾어 버리고 결코 이 법령을 따르지 않겠다.도적이
                 떠난 뒤에 활을 당겼군.(원오스님은)후려쳤다.위험하다.


               평창
                   설두스님은 대뜸 전광석화처럼 내질러 그대에게 드러내 보여
                 주었으니,말을 듣자마자 알아차려야 될 것이다.역시 참으로
                 그 집안의 자손이었으므로 이처럼 말할 수 있다.만일 곧바로
                 이처럼 이해할 수 있다면 참으로 기특하다 하겠다.
                   “한 사람 두 사람 천만 사람이여!굴레를 벗고 무거운 짐을
                 부렸다”는 것은,말끔하여 그지없이 해맑아 생사에 오염되지 않
                 고 성인이니 범부니 하는 알음알이에 속박당하지 않고 위로는

                 불조를 우러러보지도 않고 아래로는 자기 자신마저도 버리는
                 것이다.하나같이 향림․설두스님과 똑같다.어찌 천만 사람에
                 그치겠는가.온 대지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모조리 이 같으며,
                 과거의 부처는 물론 미래의 부처도 모두 이와 같다.
                   만약 언구를 가지고 알음알이로 이해하려 한다면 곧 “자호
                 (紫胡)스님은 유철마(劉鐵磨)를 때려야만 했다”와 똑 닮으리라.
                 실로 말로써 이러니저러니 하면 그 소리 들리자마자 후려쳐야

                 한다.
                   자호스님이 남전(南泉)스님을 참례하였는데,조주(趙州)․잠
                 대충(岑大蟲)과 더불어 동기였다.때에 유철마가 위산(潙山)아
                 래에 암자를 짓고 있었는데,여러 총림에서 아무도 그를 어찌
                 하지 못했었다.하루는 자호스님이 멀리서 방문하여 “소문난 맷
                 돌[鐵磨]스님 아니신가요?”라고 말하자,유철마는 말하였다.
                   “외람됩니다.”
                   “ 맷돌은 오른쪽으로 도는가?왼쪽으로 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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