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8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P. 168

168


                 말씀해 주시오”하자,국사는 한참 동안 말없이 있다가 “아시겠
                 습니까?”고 말하니,꽤나 기괴하다 하겠다.이것이 가장 참구하
                 기 어려운 것이다.국사는 볼 만하게 그에게 한 번 내질리더니
                 턱이 떨어진 듯이 아무 소리 못 하고 말았다.비록 그렇다지만
                 이 늙은이가 아니었다면 하마터면 놀림당할 뻔했다.사람들이
                 “국사가 말하지 않은 것이 바로 탑의 모양이다”고 말들을 하나,

                 이처럼 이해한다면 달마의 종지는 싹 쓸려 깡그리 사라져 버린
                 것이다.만일 한참 동안 말없는 것이 탑의 모양이라 말한다면
                 벙어리라야 마땅히 선(禪)을 할 줄 알 것이다.
                   왜 듣지 못했느냐?외도가 부처님께 묻기를 “말이 있는 것도
                 묻지 않고,말이 없는 것도 묻질 않겠습니다”하자,세존께서는
                 한참 동안 말없이 계셨다.그러자 외도는 예배하고 찬탄하였다.
                   “세존이시어,대자대비로 저의 미혹의 구름을 열어 주시어,
                 저로 하여금 도에 들어가게 하셨습니다.”외도가 떠난 뒤에 아

                 난(阿難)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외도가 무엇을 깨쳤기에 ‘들어가게 하셨다’고 말했습니까?”
                   “ 세상의 훌륭한 말이 채찍의 그림자만 보고서도 달리는 것과
                 같다.”
                   많은 사람들은 말없이 한참 동안 앉아 있는 곳에서 이해하려
                 고 한다.이는 무슨 근거가 있겠는가?오조선사(五祖先師)께서
                 는 이를 염(拈)하였다.

                   “앞면은 진주마노(珍珠瑪瑙),뒷면은 마노진주(瑪瑙珍珠),동
                 쪽은 관음(觀音)․세지(勢至)보살이요,서쪽은 문수․보현보살이
                 다.그 중간에 하나의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어 펄럭펄럭거린
                 다.”
                   국사가 “알았습니까?”라고 하자,황제는 “모르겠습니다”고
   163   164   165   166   167   168   169   170   171   172   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