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2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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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없다”는 데 대해 설두스님은 “내 할 말은 모두 다 했다”
                 고 하였는데,이는 단박에 모두 그대에게 말해 버린 것이다.참
                 으로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알아차려야만 한다.그저 눈꼽만큼
                 이라도 잘못 알면 말을 따라서 알음알이를 낼 뿐이다.
                   맨 끝에 이르러서 “내 할 말은 모두 다 했다”고 말하였으니,
                 그래도 조금 멀었다.설두스님은 분명히 단박에 말해 버리고,

                 뒤에서는 무봉탑에 대해서만 송했을 것이다.

               송

               무봉탑(無縫塔:솔기 없는 탑)은
                -솔기가 이렇게 많은데 무슨 소리냐!
               보기 어렵다.
                -육안으로 보지 못한다.눈멀었구나.

               맑은 연못엔 푸른 용이 살지 못한다.
                -보았느냐?큰 파도가 아득하고 아득한데 푸른 용이 어느 곳에 살겠
                 느냐?여기에서는 찾더라도 찾을 수 없다.

               층층이 우뚝하고
                -헛것을 보지 마라.헛것을 보아 무엇 하려고!
               광채는 둥글둥글.

                -온몸이 눈이로다.(광채가)여기 번쩍 저기 번쩍.삼삼오오 짝을 지어
                 옛길을 가며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뒤따라오는구나.

               천고만고에 (우리들을 위해)보여주는구나.
                -보았느냐?눈먼 놈이 어찌 보리오?(설두)스님은 보셨나요?

               평창
                   설두스님이 첫머리에서 “무봉탑은 보기 어렵다”고 하니,비
                 록 사심 없이 오롯이 드러내 보였으나 보려고 하면 도리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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