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0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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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者)를 하였으며,그 후 길주(吉州)탐원사(耽源寺)에 주석하였다.
                 그때 앙산(仰山)스님이 찾아와 탐원스님을 참방하였는데,탐원
                 스님은 입이 무겁고 성품이 사나워 범접하지 못했다.앙산스님
                 은 앞서 성공(性空)선사를 참방하였는데,어떤 스님이 성공에게
                 물었다.
                   “무엇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 천 길이나 깊은 우물 속에 사람이 빠져 있는데 한 치의 새
                 끼줄도 사용하지 않고서 그 사람을 건져낼 수 있다면 그대에게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을 답하여 주리라.”
                   “ 요즈음 호남지방의 창화상(暢和尙)께서도 학인을 제접한다
                 고 이런 말 저런 말을 하더군요.”
                   이에 성공이 사미(沙彌:당시 앙산이 있었다)를 불러
                   “이 죽은 시체를 끌어내거라!”고 하였다.
                   앙산스님이 그 뒤 이를 거량하여 탐원스님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여야 우물 속에 빠진 사람을 나오게 할 수 있습니
                 까?”
                   “ 쯧쯧!어리석은 놈아,누가 물속에 있느냐?”
                   앙산스님은 그래도 깨닫지 못하고,그 후 위산스님에게 물었
                 더니,위산스님이 “혜적(慧寂)아”하고 부르자,앙산스님이 “네!”
                 하고 대답을 하니,위산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미 (우물 속에서)나왔다.”

                   앙산스님이 이로 말미암아 크게 깨치고 말하였다.
                   “나는 탐원스님의 처소에서 본체[體]를 얻었고,위산스님의
                 처소에서 작용[用]을 얻었다.”
                   이 하나의 송에 대한 그릇된 이해가 적지 않다.많은 사람들
                 이 이를 잘못 알고서 “상주(湘州)는 상견(相見)이며 담주(潭州)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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