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1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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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171


                 담론(譚論)이고,그 중간에 무봉탑이 있다.그래서 ‘거기에 황금
                 이 있어 온 나라에 가득하다’고 말했다.황제와 국사가 서로 대
                 답한 것이 바로 ‘그림자 없는 나무 밑에는 함께 타는 배가 떴
                 고’인데 황제가 이를 알지 못하므로 마침내 이르기를 ‘유리전
                 위에 아는 사람 없다’고 말하였다”고들 한다.어떤 사람은 “상
                 (湘)은 상주(湘州)의 남쪽,담(潭)은 담주(潭州)의 북쪽이니,‘그

                 중간에 황금이 온 나라에 가득하다’한 것은 관가(官家)를 풍자
                 한 것이다”하고서,눈을 끔벅거리며 뒤돌아보고 “이것이 무봉
                 탑이다”고 말한다.이런 견해는 정견(情見)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니,설두스님이 하신 네 차례의 착어를 또한 어떻게 이해하
                 겠는가?요즈음 사람들은 옛사람의 뜻을 전혀 모른다고 하겠다.
                   말해 보라,“상주의 남쪽 담주의 북쪽”을 그대는 어떻게 이
                 해할 것이며,“중간에 황금이 있어 온 나라에 가득하다”는 것은
                 그대는 어떻게 이해할 것이며,“그림자 없는 나무 아래 함께 타

                 는 배가 떴다”는 것은 그대는 어떻게 이해할 것이며,“유리전
                 위에 아는 사람 없다”는 것 또한 그대는 어떻게 이해할 것인
                 가?이를 알아차리기만 한다면 참으로 언제나 늘 경쾌하리라.
                   “상주의 남쪽 담주의 북쪽”에 대해 설두스님은 “한 손바닥만
                 으로는 소리가 울리지 않는다”고 하였는데,이는 부득이하여 그
                 대에게 설명해 준 것이다.“그 중간에 황금이 있어 온 나라에
                 가득하다”는 데 대해 설두스님은 착어하기를 “산처럼 생긴 주

                 장자다”라고 하였다.옛사람(장경 혜릉스님)이 말하기를 “주장
                 자를 식별할 수 있다면 참학(參學)을 끝마친 것이다”라고 하였
                 다.“그림자 없는 나무 아래 함께 타는 배가 떴다”에 대해 설두
                 스님은 “바다가 잠잠하고 강물은 맑다”고 하니,이는 일시에 활
                 짝 문을 열어 놓아 팔방이 영롱하다 하겠다.“유리전 위에 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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