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9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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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179
곳 만곳을 일시에 뚫고,한 기연을 밝히면 천 기연 만 기연이
일시에 밝혀진다”고 하였다.요즈음 사람은 모두 이와 같이 못
하고 그저 멋대로 알음알이를 지을 뿐,저 옛사람들이 깨쳤던
요긴한 곳을 알지 못한다.
이 원인이란 기관(機關)을 전환(轉換)할 곳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무엇 때문에 한 손가락만을 사용했겠는가?모름지
기 알아야 할 것은 구지스님이 여기에 이르러 심오하고 은밀하
게 학인을 제접한 곳이 있었다는 것이다.쓸데없이 힘쓰는 것은
그만두고 싶은가?그렇다면 저 원명스님이 말했던 “날씨가 차
가우면 온 천지가 차갑고,날씨가 뜨거우면 온 천지가 뜨겁다”
고 했던 말에 견주어 보아라!
산하대지는 위로 통하여 고고하게 높으며,삼라만상은 아래
로 사무쳐 준험(峻險)하다.어느 곳에서 한 손가락의 선(禪)을
얻을까?
송
구지스님이 하신 응대를 나는 좋아하네.
-끼리끼리 노는구먼.같은 길을 걷는 사람이어야 알 것이다.이는 한
기틀 한 경계에 매이는 꼴을 면치 못했다.
텅 빈 우주에 (구지스님말고)또한 누가 있으랴.
-한 명 두 명,또 다시 한 명 있다.쳐죽여야 한다.
일찍이 푸른 바다에 나무를 띄워
-모두가 ‘이것’이다.옳긴 옳지만 지나치게 높다.떨어진 짚신짝인데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파도치는 밤에 눈먼 거북을 제접하노라.
-하늘을 휘젓고 땅을 더듬는들 언제 끝날 기약이 있으랴.제접해서 무
엇에 쓰려고?법령을 따라 처벌하라.부처 없는 세계(지옥)로 달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