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4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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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아스님이 말하였다.
               “치는 것이야 마음대로 치십시오마는 그러나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은 없습니다.”
                -명백하게도 귀신의 굴속에서 살림살이를 했구나.잘했다고 생각했더
                 니만 도적이 떠난 뒤에 활을 당겼군.

               평창
                   취암 수지(翠巖守芝)스님은 “당시에도 이와 같았는데 요즈음
                 납자들은 가죽 밑에 피가 있는가?”하였으며,위산 철(潙山喆)스
                 님은 “취미스님과 임제스님은 본분종사였다고 말할 만하다.용
                 아스님은 한결같이 거친 풀을 헤치고 수행길을 나섰으니 참으
                 로 후인의 귀감(龜鑑)이 되었구나”라 하였다.
                   용아스님이 주지가 된 뒤 어떤 스님이 그에게 물었다.“스님

                 께서는 당시에 두 큰스님(취미․임제스님)을 긍정하셨는지요?”
                 하니,“긍정하긴 했어도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은 없었다”라
                 했다.이는 용아스님이 앞뒤를 잘 가려 병에 따라 약을 준 것이
                 다.대위(大潙:潙山慕喆)스님은 그렇지 않았다.그는 “스님은
                 당시 두 큰스님을 긍정하였느냐”고 묻기만 하면 알았든지 몰랐
                 든지 바로 등줄기를 후려쳐 버렸다.이는 취미스님과 임제스님
                 을 추켜세운 것일 뿐 아니라,찾아와서 묻는 이도 저버리지 않

                 은 것이라 하겠다.
                   석문 총(石門聰)스님은 “용아스님이 사람들로부터 내질리지
                 않았을 때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납자에게 내질리고서는 일척안
                 (一隻眼:이마에 붙어 있는 것으로,도를 보는 제3의 눈임)을
                 잃어버렸다”하였으며,설두스님은 “임제와 취미는 잡을 줄만
                 알았지 놓을 줄은 몰랐다.내가 그 당시에 용아였더라면 그들이
                 선판과 포단을 찾았을 때 번쩍 들어다가 정면으로 내던져 버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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