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5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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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185


                 을 것이다”하였으며,오조 사계(五祖師戒)스님은 “스님이 이처
                 럼 어리석다니……”라고 하였으며,어떤 사람은 “조사의 머리
                 에 토숙(土宿:죽음을 알리는 별)이 얹혀 있다”고 하였으며,황
                 룡 오신(黃龍悟新)스님은 “용아는 농부의 소를 빼앗아 가고 굶
                 주린 사람의 밥을 빼앗으니,이미 밝고 밝은데 무엇 때문에 조
                 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없다고 했을까?알겠느냐?몽둥이 끝

                 에 해처럼 밝은 눈이 있으니 참 금[眞金]을 알고자 한다면 불
                 속에서 살펴보아라”고 하였다.
                   대체로 요체와 오묘[要妙]함을 드러내어 최고의 가르침인 선
                 을 말하려면 제일기[第一機]로 밝혀야만이 천하 사람들의 혀를
                 옴짝달싹 못 하게 할 수 있다.만일 주저한다면 제이(第二)에
                 떨어진다.이 두 늙은이가 비바람을 치게 하고 천지를 진동시켰
                 다고 하지만 끝내 눈 밝은 놈을 만들지는 못하였다.
                   옛사람은 참선을 할 때 많은 괴로움을 겪어 왔다.대장부의

                 지기(志氣)를 세우고 산천을 두루 행각하면서 큰스님을 참방하
                 였었다.용아스님은 먼저 취미스님과 임제스님을 참례했다.그
                 후에 덕산(德山)스님을 참방하고서는 드디어 물었다.“학인이
                 막야(鏌鎁)보검을 짚고 스님의 머리를 베려고 할 때는 어찌하
                 시겠습니까?”덕산스님이 목을 쑤욱 내밀면서 “화!”소리를 지
                 르자,용아스님은 말하였다.“스님의 머리는 떨어졌습니다.”덕
                 산스님은 미소를 지으며 곧 그만두었다.

                   다음으로 동산(洞山)에 이르자 동산스님이 물었다.
                   “요즈음 어느 곳을 떠나 왔느냐?”
                   “ 덕산에서 왔습니다.”
                   “ 덕산에게 무슨 언구가 있더냐?”
                   용아스님이 앞에 있었던 일을 들어 말하니,동산스님이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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