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0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P. 190
190
그러므로 “모름지기 활구(活句)를 참구해야지 사구(死句)를
참구해서는 안 된다.활구에서 알아차리면 영겁토록 잊지 않겠
지만,사구에서 알면 자신마저 구제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였
다.
용아스님이 “서쪽에서 오신 데는 뜻이 없다”고 말한 것은 참
잘했다고 하겠다.그러므로 옛사람(동산 양개스님)의 말에 “지
속한다는 것은 몹시 어렵다”고 하였다.옛사람은 한 말씀 한 구
절을 아무렇게나 한 것이 아니다.앞뒤가 서로 어긋나지 않고
권(權)도 있고 실(實)도 있으며,조(照)도 있고,용(用)도 있어서,
빈(賓)․주(主)가 뚜렷하여 서로가 번갈아 가면서 종횡무진하였
다.
만약 그것을 자세히 판별해 보면,비록 용아스님이 최고의
가르침인 선에 어둡지 않았지만 제이의제에 떨어져 있음을 어
찌하랴.당시 두 큰스님께서 선판과 포단을 찾았을 때,용아스
님은 그들의 의도를 알았어야 했다.두 큰스님들은 용아스님이
가슴속의 일을 깨쳤으면 했던 것이다.그러나 비록 그렇기는 하
지만,(두 큰스님들이)너무 고준한 방법을 썼다고도 할 수 있
다.
용아스님이 이처럼 묻고 두 늙은이가 이처럼 답하였는데 (대
매스님은)무엇 때문에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없다”고 하
였을까?여기에 이르러서는 모름지기 따로 기특한 곳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설두스님은 이를 드러내어 사람들에게 보도록 했다.
송
“용아산의 눈 없는 용이여.”
-눈멀었다.다른 사람을 속인다면 되겠지만 (나[원오스님]한테는 안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