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5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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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255


                 지는데 이것도 무너지느냐?”고 물었다.그러나 스님은 교학의
                 뜻으로 물었을 뿐이다.교학에서는 “우주는 이뤄지고[成],머무
                 르고[住],부서지고[壞],비었으며[空],삼재(三災:水火風)의 겁
                 화가 일어나 삼선천(三禪天)까지 무너진다”고 하였다.그 스님
                 은 원래 이 말의 귀착점을 몰랐었다.말해 보라,이것이란 무엇
                 일까?많은 사람들은 알음알이로 이해하고 말하기를 “이것이란

                 중생의 본성”이라고 한다.
                   대수스님이 “무너진다”고 말하자,스님은 “그렇다면 그것을
                 따라가겠습니다”라고 하였으며,대수스님은 다시 “따라가거라!”
                 하였다.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음알이로 이해하여 찾으려 하나
                 찾을 수 없다.만일 “그것을 따라간다”고 한다면 어느 곳에 있
                 으며,“그를 따라가지 않는다”고 한다면 또 어떠할까?듣지 못
                 하였느냐,“간절하게 그리고 몸소 얻고자 한다면 물음을 가지고
                 묻지 마라”는 말을.

                   훗날 어떤 스님이 소수산주(紹修山主)에게 물었다.
                   “겁화가 훨훨 타서 대천세계가 모조리 무너지는데 이것도 무
                 너집니까?”
                   “ 무너지지 않는다.”
                   “ 왜 무너지지 않습니까?”
                   “ 대천세계와 같기 때문이지.”
                   무너진다고 말해도 사람들에게 장애가 되고 무너지지 않는다

                 해도 사람들에게 장애가 된다.
                   이 스님은 대수스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 일을 골똘히
                 생각하여 이 물음을 가지고서 곧바로 서주(舒州)의 투자산(投子
                 山)을 찾아가자,투자스님이 물었다.
                   “요즈음 어디 있다 왔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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