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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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사람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서 그저 “조주스님은
답하지 못했고,남을 교화하지도 않았다”고 말들을 하는데,이
는 아주 잘못됐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송
지극한 도는 어려울 게 없다.
-세 번 거듭 잘못을 저지르는군.한입 가득 서리를 물고 무슨 소리를
하는가?
하는 말마다 모두 도이다.
-물고기 헤엄치니 흙탕물이 일어난다.일곱 조각으로 갈라지고 여덟
갈래로 찢겼구나.어리석군.
하나지만 많은 종류가 있고
-나누는 것이 좋다.한 덩어리인데 무얼 이러쿵저러쿵하는고.
둘이지만 서로 모순되지[兩般]않으니
-그래도 4,5,6,7은 아니다.언어문자를 써서 무얼 하려는가?
하늘에 해 뜨고 달 지며
-바로 눈앞에 있군.산 위에도 질펀하고 산 아래에도 질펀하다.절대
로 머리를 들거나 숙여서는 안 된다.
난간 앞의 산은 깊고 물이 차갑네.
-한 번 죽으면 다시는 살아나지 못한다.머리털이 쭈뼛하게 솟구치는
것을 느끼느냐?
알음알이[髑髏識]가 싹 없어지니,감정인들 있을쏘냐.
-널 속에서 눈알을 부릅떴구나.혜능스님과 동기동창이네.
고목에 용의 울음 사라졌어도 아직 (나무가 완전히)마르진 않
았네.
-쯧쯧!고목에 다시 꽃이 피었다.달마스님이 동토(東土)에서 노니는구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