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P. 46
46
“바싹 마르지 않았다.”
“ 어떤 사람이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까?”
“ 온 누리에 듣지 못하는 사람이 없다.”
“ 모르겠습니다.용의 울음은 무슨 글귀입니까?”
“ 어떤 글귀인지는 모르겠으나 들은 사람은 모두 목숨을 잃는
다.”
조산스님에게는 이런 송(頌)이 있다.
고목에서 용이 우니 참으로 도가 드러났고
알음알이 없을 때 비로소 눈이 밝았네.
감정이 다할 때 소식(消息)도 다하니
당사자가 혼탁한 속의 맑음을 어떻게 알랴!
설두스님은 훌륭한 솜씨가 있다고 말할 만하다.그대를 위하
여 잘 섞어서 송하였다.비록 그러하나 결코 모순된 것은 아니
다.
설두스님은 맨 끝에 학인을 제접하는 부분이 있어서 “어렵고
어렵다”고 하였는데,이 “어렵고 어려운”것을 모름지기 뚫고
지나가야만 된다.무엇 때문인가?백장(百丈)스님은 “일체의 말
과 산하대지를 낱낱이 자기에게로 돌이키라”고 하였다.설두스
님은 때로는 드러내고 때로는 거두어들이다가 마침내는 자기에
게로 귀결시켰다.
말해 보라.어떤 것이 설두스님이 학인을 제접한 점인가?
“간택이니 명백이니 하는 것도 그대 스스로가 보아라”하였
는데,언어문자로 송을 지어 놓고는 왜 도리어 “그대 스스로가
보아라”고 하였을까?다행히도 그대 스스로가 보아라 하였으니,
말해 보라,그 뜻의 요점이 어디에 있는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