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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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이 평안하면
(이거니 저거니)저절로 사라지리.
이 네 구절의 노래로 단박에 모두를 끝내 버렸다고 하겠다.
설두스님은 그래도 재능이 있었기에 똘똘 뭉친 것을 풀어서 말
한 셈이다.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는 머리 위에다 다시 머리를
덧붙이는 꼴이다.지극한 도는 어려울 게 없다.하는 말마다 모
두 도이다.하나지만 여러 종류가 있고,둘이지만 서로 모순되
지 않는다.다름이 아니라 “하늘에 해 뜨고 달 지며,난간 앞의
산이 깊으면 그 물은 차갑다”라는 구절에 이르러선 말도 도의
실마리이고 이야기도 도의 실마리이므로 곳곳마다 도이며,사
물마다 그대로가 진리이다.이야말로 마음과 경계[心境]를 모두
잊고서 하나를 이룬 경지가 아니겠는가?설두스님이 처음에는
대단히 도도하게 굴더니만 끝에 가선 적지 않게 속셈을 내보였
다.
만일 참구하여 투철하게 알아차려 사무치게 되면 자연히 으
뜸가는 제호(醍醐)의 맛과 같겠지만,알음알이를 떨쳐 버리지
못하면 ‘일곱 조각으로 갈라지고 여덟 갈래로 찢어져’결코 이
와 같이 말하지 못할 것이다.
“알음알이가 싹 없어지니,감정인들 남아 있을쏘냐.고목에
용의 울음 사라졌어도 아직 마르진 않았다”는 구절은 서로 섞
인 부분이다.객스님은 이렇게 묻고 조주스님은 이렇게 답하였
다.조주스님은 “지극한 도는 어려움 없으니 간택을 안 하면 될
뿐이다.말하는 순간 간택이거나 명백이다.나는 명백한 속에도
있지 않은데 그대들은 도리어 이를 보호하고 아끼려느냐?”고
하니,그때 그 객스님이 물었다.
“이미 명백한 속에도 있지 않다면 또한 무엇을 보호하고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