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P. 40

40


                -다행히도 이 한 수가 있었군.이 도적놈아!

               평창
                   조주스님이 평소에 이 화두를 들어 말씀하시면서 “간택을 꺼
                 려할 뿐이다”라고 하였다.3조(三祖)스님의  신심명(信心銘) 에
                 이르기를,

                     지극한 도는 어려울 게 없다.

                     오직 간택을 하지 않으면 될 뿐이니
                     미워하고 사랑하지만 않으면
                     아주 명백하니라.


                 고 했다.시비가 있는 순간 간택에 떨어지거나 명백에 떨어진다
                 고들 하는데 이렇게 이해를 하면 잘못이다.이렇게 쇠못을 박고
                 아교풀 칠을 한 것처럼 집착해서야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조주스님이 “간택에 떨어지거나 명백에 떨어진다”했는데 요
                 즈음 참선하여 도를 닦는 사람들은 간택 속에 떨어져 있지 않
                 으면 반대로 명백 속에 빠져 있다.
                   “나는 명백 속에도 있지 않은데,그대들은 명백을 보호하고

                 아끼겠는가?”하였으니,여러분들!명백 속에 있지 않다면 말해
                 보라,조주스님은 어느 곳에 있으며,무엇 때문에 사람들에게
                 보호하여 아끼게 하였는가를.
                   은사이신 오조(五祖)스님께서도 항상 말씀하시기를 “(조주스
                 님이)손을 드리워 그대들을 이끌어 주셨는데 그대들은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라고 하였다.말해 보라,무엇을 이끌

                 어 주셨는지를.말하는 취지[鉤頭:대저울의 갈고리]를 알아차
                 릴지언정 언어문자[定盤星:저울 눈금]에 매이지 마라.
                   스님이 와서 질문한 것은 참으로 기특하다 할 만하다.조주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