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P. 39
벽암록 上 39
본칙
조주(趙州:778~897)스님이 대중에게 법문을 하였다.
-이 늙은이가 무슨 짓을 하는고?언어문자를 쓰지 마라.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고
-어렵지도 쉽지도 않다.
오직 간택을 하지 않으면 될 뿐이다.
-눈앞에서 무슨 짓인고?삼조스님이 계시는데.
말하는 순간 간택에 떨어지거나 명백함에 떨어지리니
-이랬다 저랬다 하는군.잘난 체하지 마라.물고기가 헤엄치면 흙탕물
이 일고 새가 날면 깃털이 떨어진다.
나는 명백한 속에도 있지 않느니라.”
-도적의 정체가 탄로 났구나.이 늙은이가 어느 곳으로 가는고?
자,이런데도 그대들은 이를 보호하고 아끼려느냐?
-탄로 났구나!한 명은커녕 반 명이나 있을까?
그때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명백한 속에도 있지 않다면 무엇을 보호하고 아껴야 합니까?”
-한 번 잘 내질렀구나.혀가 굳어 말을 못 하네.
조주스님이 말하였다.
“나도 모른다.”
-이 늙은이를 콱 내질러라.천 리 밖으로 쫓아 버려라.
그 스님이 말하였다.
“스님께서 모르신다면 무엇 때문에 ‘명백한 속에도 있지 않느
니라’고 말씀하십니까?”
-앗!어느 곳으로 도망갔는가?나무 꼭대기까지 쫓아가리라.
조주스님은 말하였다.
“묻는 일이 끝났으면 절 올리고 물러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