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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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43
어렵고 어려움이여!
-삿된 법이니 부지하기 어렵지.뒤집어서 말했네.여기가 어떤 곳인데
어렵다느니 쉽다느니 지껄여대는가.
간택이니 명백이니 하는 것은 그대 스스로 보아라.
-눈이 멀었구나.다른 사람에게 떠맡길 줄 알았더니만 다행히도 스스
로 보라 하는구나.산승(나)과는 상관이 없다.
평창
설두스님은 그 핵심을 알았기에 이처럼 송(頌)을 한 것이다.
“지극한 도는 어려울 게 없다”라는 구절의 뒤를 이어 “하는
말마다 모두 도이다”라고 하니,이는 한 모서리만을 드러내고
나머지 세 모서리는 생략한 것이며,설두스님의 “하나지만 많은
종류가 있고 둘이지만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는 말은 마치 나
머지 세 모서리를 미루어 하나를 짐작하는 것과 같다.
그대는 말해 보라.무엇이 ‘하는 말마다 모두 도이다’며,무
엇 때문에 ‘하나지만 많은 종류가 있고,둘이지만 서로 모순되
지 않는다’했는지를.안목을 갖추지 못했다면 어찌 이를 알 수
있으리오.이 두 구절을 깨쳤다면,옛사람이 말한 “깨치고 나서
도[打成一片]여전히 산은 산 물은 물,긴 것은 긴 것,짧은 것
은 짧은 것,하늘은 하늘,땅은 땅이로다”의 경지가 된다.그러
나 어떤 때는 하늘을 땅이라 하고,어떤 때는 땅을 하늘이라 하
며,어떤 때는 산은 산이 아니라 하고 물은 물이 아니라 한다.
결국 어떻게 해야 평온할 수 있을까?
바람이 불어오니 나뭇가지 흔들리고
파도가 일어나니 배가 높이 떠오른다.
봄에 싹이 나 여름에 자라나매
가을에는 거두고 겨울에는 갈무리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