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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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37
“온 나라 사람들이 뒤쫓아가도 다시 오지 않음이여,천고만
고에 부질없이 아쉬워하네”하였으니,참으로 대장부답지 못하
구나!말해 보라,달마스님이 어느 곳에 있는가?달마스님을 이
해했다면 설두스님이 학인들에게 지도한 본뜻을 알게 될 것이
다.
설두스님은 사람들이 정견(情見)을 따를까 염려했던 까닭에
문의 지도리를 휙 돌려 자기의 견해를 드러내 이르기를 “아쉬
워하지 말아라.맑은 바람 온 누리에 가득하니 어찌 다함이 있
으랴”하였다.아쉬워하지 않는다면,그대 발 아래의 일(생사문
제)은 또한 어쩌자는 것인가?
설두스님은 “지금 여기 맑은 바람이 온 누리에 가득하니 어
찌 다함이 있으랴”라고 했다.설두스님은 천고만고의 일을 들어
우리의 면전을 향하여 던졌으니,그 당시에만 다함이 없었을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마음에 어찌 다함이 있었겠는가?
그는 또한 사람들이 여기에 집착할까 염려스러워 거듭 방편
을 써서 큰 소리로 “여기에 달마스님이 있느냐?”하고,스스로
“있다”고 답하였다.설두스님이 여기에 이르러 사람을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망울져 있다.또한 스스로 “불러다 노승의 다리
나 씻기도록 하라”하였으니,사람(달마스님)의 체통을 몹시 깔
아뭉개는 일이다.당시 본분의 솜씨를 주었어야 좋았을 것이다.
말해 보라,설두스님의 의도는 어디에 있었는가를.이쯤 되면
노새라 불러도 좋고,망아지라 해도 좋고,달마조사라 말해도
좋다.무어라 이름해야 할까?더러는 설두스님이 조사를 주물렀
다고 말하지만,좋아하시네,전혀 관계가 없다.말해 보라,과연
무엇인가?늙은 오랑캐(달마스님)가 불법을 알았다는 것은 인정
하나 늙은 오랑캐가 체득했다고는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