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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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49
“스님,요즈음 몸이 어떠하십니까?”
-4백4가지의 병들이 일시에 생겼구나.3일 후에 (마조스님의)장례식
을 치르지 않는다면 훌륭하다 하리라.인의(仁義)의 도리로써 여쭙는
인사구나.
“일면불(日面佛)월면불(月面佛)이지.”
-매우 분명하구나!제자를 기르는 솜씨여.
평창
마조스님의 몸이 편치 못하자,원주가 “스님,요즈음 몸이 어
떠하십니까?”라고 물으니,스님은 “일면불 월면불이지”라고 하
였다.스님께서 본분의 일로써 제접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불도
가 빛날 수 있었겠는가?이 공안의 핵심을 알았다면 높은 하늘
[丹霄]에 홀로 걷겠지만 핵심을 모른다면 반드시 마른나무 바위
앞[枯木嵓前]에서 길을 잘못 들고 말 것이다.본분의 경지에 도
달한 사람이라면 여기에 이르러 모름지기 농부의 소를 빼앗고
주린 자의 밥을 훔쳐먹는 수완이 있어야만이 비로소 마조스님
이 사람을 지도하는 법을 보게 될 것이다.
요즈음 사람들은 흔히 말하기를 “마조스님이 원주를 제접했
다”고들 한다.좋아하고 있네!아무런 관련이 없다.요즈음 대중
들이 이를 잘못 이해하고서 눈을 부릅뜨고 “여기에서 왼쪽 눈
은 일면(日面)이고,오른쪽 눈은 월면(月面)이다”라고 하나,이와
는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당나귀띠 해가 되더라도 꿈에도 보
지 못할 것이다.참으로 옛사람의 뜻을 잘못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마조스님이 이처럼 말씀하셨지만 본래의 뜻은 어디에
있을까?어떤 사람은 “평위산(平胃散:뱃속을 편안하게 하는
가루약)한 잔을 달여 오너라”라는 뜻이라고 말하지만,무슨 근
거가 있겠는가?여기에서 어떻게 하여야만 평온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