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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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잣거리에서 폭리를 취하지는 못하리라.”
                   대위 철(大潙喆:?~1095)스님은
                   “내가 끝내 그대들에게 땅 위에 진흙을 바르는 것 같은 쓸데
                 없는 소리를 한마디 하겠다”하고서 주장자를 들고 말하였다.
                   “보아라,보아라.설봉스님이 사람들 앞에서 똥을 누었구나!
                 쯧쯧,어찌하여 똥냄새도 모르는고?”

                   설봉스님은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온 대지를 쥐어들면 좁쌀 만하다.”
                   옛사람이 사람을 제접하고 중생을 이롭게 하는 데 뛰어난 곳
                 이 있었으니 참으로 고생하셨구나.투자산(投子山)에 세 번 오
                 르고 동산(洞山)스님을 아홉 차례 찾아가 칠통(漆桶)과 목작(木
                 杓)처럼 속이 컴컴하여 깨치지 못하고,이르는 곳마다 밥 짓는
                 소임을 맡아본 것도 ‘이 일’을 깨치기 위함이었다.동산에 이르
                 러 밥 짓는 소임을 하던 어느 날 동산스님이 설봉스님에게 물

                 었다.
                   “무엇을 하느냐?”
                   “ 쌀을 씻습니다.”
                   “ 모래를 씻으며 쌀을 버리느냐,쌀을 씻으며 모래를 버리느
                 냐?”
                   “ 모래와 쌀을 모두 버립니다.”
                   “ 대중들은 무얼 먹으라고?”

                   설봉스님이 문득 항아리를 뒤엎어 버리자,동산스님은
                   “그대는 덕산(德山)스님과 인연이 있다.”
                 하고는 그를 찾아뵙도록 가르쳐 주었다.설봉스님은 도착하자
                 마자 곧바로 덕산스님에게 물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종승(宗乘)의 일이 제게도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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