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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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69
잖게 사람을 가르쳤다는 것을 알게 되리라.저 설두스님의 송을
보아라.
송
소머리[牛頭]귀신이 죽으니
-번쩍이는 섬광 같다.엇갈려 지나갔구나!
말머리[馬頭]귀신이 돌아온다.
-마찰에서 튀기는 돌불[石火]같구나.
조계(曹溪)의 거울 속에 티끌이 없네.
-거울을 깨버려야만 서로 만나 볼 수 있다.반드시 깨버려야만 된다.
북을 쳐보아도 그대는 보질 못하는데
-그대의 눈동자를 찔러 부숴라!가볍고 쉽게 여기지 말아라.먹통 같
은 놈아,알지 못할 게 뭐 있냐?
봄날의 온갖 꽃 누굴 위해 피는가?
-진리에 임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한바탕 어지럽더니 언어문자의 굴
속에서 나왔군.
평창
설두스님은 애시당초부터 저 옛사람의 뜻을 알아차렸기 때문
에 대뜸 그의 급소를 한번 찌르고서 송을 지었다.
“소머리 귀신이 죽으니 말머리 귀신이 되돌아왔다”하니,말
해 보라,무엇을 말했는가를.투철히 알아차린 놈에게는 아침에
죽 먹고 점심 때 밥을 먹는 것처럼 일상적인 일일 뿐이다.설두
스님은 자비로워 그 자리에서 한 망치로 쳐부수고 한 구절로
끝내 버렸으니 참으로 고준(孤峻)하다 하겠다.마치 번뜩이는
번갯불빛[電光石火]처럼 칼끝을 드러내지 않아 접근할 수가 없
다.말해 보라.의근(意根)으로 헤아려서 알 수 있을까?이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