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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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칙
설봉의 대지를 머금은 쌀 한 톨[雪峰粟米粒]
수시
무릇 으뜸가는 가르침을 펴려면 모름지기 영특한 놈이어야
한다.사람을 죽이고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솜씨가 있어야
만 비로소 그 자리에서 부처를 이룰 수 있다.이 때문에 관조
(觀照)와 활용(活用)이 같으며,일신(一身)을 나투어 설법함[卷]
과 다신(多身)을 나투어 설법함[舒]이 같으며 이치[理]와 현상
[事]이 둘이 아니며,방편[權]과 진실[實]이 동시에 행하여지는
것이다.
( 그러나)한 수 물러나 제이의문(第二義門)을 세우니,갑자기
언어문자를 끊어 버리면 처음 배우는 후학들이 (이 경지에)이
르기가 어렵다.그러나 지난날 이렇게 했던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지만,오늘도 이렇게 하니 그 죄가 하늘에 가득하다.
눈 밝은 사람이라면 조금도 속아넘어가지 않겠지만 혹 그렇지
못하다면 범의 입안에 몸을 가로 눕혀 몸을 잃고 목숨을 버리
게 될 것이다.거량해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