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8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P. 68
68
의 하는 일이란 모두 이와 같았다.
하루는 대중에게 법문하였다.
“남산에 코가 자라처럼 생긴 뱀 한 마리가 있다.너희들은
잘 살펴보도록 하라.”그때에 능도자(稜道者,長慶慧稜)가 대중
가운데서 나와 말하였다.
“그렇다면 오늘 이 집안에서 분명히 목숨을 잃을 사람이 있
을 것입니다.”또다시 말하였다.“온 누리가 이 사문(沙門)의 외
눈[一隻眼:진리를 아는 눈]이니 너희들은 어디에다 똥을 누려
는가?”또 말했다.(설봉산에 있는)“망주정(望州亭)에서도 오석
령(烏石嶺)에서도 승당(僧堂)앞에서도 너희들을 인도해 줬다.”
이때 어떤 스님이 앞으로 나와서 물었다.“승당 앞에서의 제
접해 줌은 곧 그만두고라도,망주정․오석령에서 제접해 준 것
은 무엇입니까?”설봉스님은 종종걸음치며 방장실로 돌아가 버
렸다.
그는 평소에 이러한 말들을 들어 대중에게 설법했다.“그런
데 온 대지를 움켜쥐어 들면 좁쌀알 만하다”고 말한 바로 이러
한 상황을 말해 보라.정식(情識)으로 헤아릴 수 있겠는가?모름
지기 그물을 타파해 버리고 득실시비를 일시에 놓아버리고 깨
끗하고 해맑아 자연히 그 울타리를 꿰뚫어야만 비로소 그의 용
처(用處)를 알게 될 것이다.말해 보라,설봉스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가를.많은 사람들이 알음알이를 지어 말하기를,“마음은
모든 법의 주인이므로 온 대지가 일시에 나의 손안에 있다”고
하지만 좋아하시네!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여기에 이르러
서는 모름지기 진실한 놈이라야 그저 귀띔만 해줘도 골수까지
사무쳐서 투철히 알아차려 알음알이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행각납자라면 그(운문스님)가 이렇게 한 것은 이미 어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