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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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63


                 재할 수 있는 경지가 있는 것이다.
                   요즈음 사람은 어떤 사람이 물으면 처음에는 마치 납승의 기
                 개가 있는 듯하다가 살짝만 내질러도 허리가 동강나고 정강이
                 가 끊어져 지리멸렬하여 조금도 지속성이라곤 없다.이 때문에
                 옛날에 동산 양개스님은 “지속하기가 어렵다”고 말하였다.덕산
                 스님과 위산스님을 보니 이와 똑같았다.어찌 올라갔다 내려갔

                 다 하는 단절되는 견해였겠는가.
                   “다시 살아 나올 이가 몇이나 될까?”급히 달아났지만,덕산
                 스님이 소리치고 바로 나와 버렸던 것은 마치 이광이 사로잡힌
                 뒤에 꾀로써 한 발의 화살로 적장을 사살하고서 오랑캐의 나라
                 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과 같다.설두스님의 송은 여기에서는
                 상당히 기묘함이 있었다.
                   덕산스님이 법당을 등지고 짚신을 신고서 떠나 버렸으니 잘
                 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실은 이 늙은이(위산스님)가 여전히

                 그가 머리를 내밀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음을 모른 것이다.그래
                 서 설두스님이 “놓아주지 않으니”라고 말했던 것이다.석양 무
                 렵에 이르러 수좌에게 “아까 새로 찾아온 스님은 어디에 있느
                 냐”고 묻자 수좌는 “그 당시에 법당을 등지고 짚신을 신고서
                 나가 버렸습니다”라고 하니,“그는 후일 고봉정상에 암자를 짓
                 고서 부처를 꾸짖고 조사를 욕하리라”고 했으나,이것이 어찌
                 놓아준 것이겠느냐!참으로 기특하다.

                   그런데 설두스님은 무엇 때문에 “고봉정상 풀 속에 앉아 있
                 도다”라고 하며,또다시 소리 치려는 것인가?말해 보라,핵심
                 이 어디에 있는가?다시 30년을 참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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