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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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
                   운문스님이 처음 목주(睦州)스님을 참방하자 목주스님은 기
                 연(機緣)을 움직임이 번개 치듯 하여 참으로 접근하기가 어려웠
                 다.평소 사람을 맞이함에 문에 들어서자마자 문득 멱살을 움켜
                 쥐고는 “말해 보라,말해 보라”고 하였으며,그가 머뭇거리면서
                 말하지 못하면 바로 밀어 제쳐 쫓아내면서 “진(秦)나라의 탁력
                 찬(車度 轢 鑽 )같은 무용지물이로구나”하였다.

                   운문스님이 만나러 갔다가 세 번째 가서 겨우 문을 두드리
                 니,목주스님이 “누구냐?”고 물었다.“문언(文偃)입니다”라고 말
                 하고서 문을 열고 들어가니,목주스님이 멱살을 움켜쥐고는 “말
                 해 보라,말해 보라”하였다.운문스님이 머뭇거리자 바로 밀어
                 제쳐 쫓아내었다.운문스님의 한쪽 발이 아직 문지방 안에 있는
                 데,목주스님이 갑자기 문을 닫는 바람에 운문스님의 다리가 치
                 여 부러졌다.운문스님은 아픔을 참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완전히 깨쳤다.후일 말로써 사람을 가르침에 있어 하

                 나같이 목주스님을 빼닮았다.
                   그 후 상서(尙書)진조(陳操)의 집에서 3년을 머물렀는데,목
                 주스님은 그를 설봉스님의 처소로 가도록 하였다.설봉스님의
                 처소에 이르러 대중 가운데 있다가 나와 설봉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 잠꼬대하지 마라.”

                   운문스님은 바로 예배하고 줄곧 3년을 지냈는데,그러던 어
                 느 날 설봉스님이 물었다.
                   “그대의 경지는 어떠한가?”
                   “ 저의 경지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성인들과 더불어 실낱만큼
                 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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