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P. 75
벽암록 上 75
그 밑에서 네 사람의 철인(哲人)이 나왔으니 동산 수초(洞山
守初)․지문 사관(智門師寬)․덕산 연밀(德山緣密)․향림 징원
(香林澄遠)스님이다.그 모두가 대종사(大宗師)였다.
향림스님이 18년 동안 시자를 했는데,그를 가르침에 다만
“원시자(遠侍者)야!”라고 부르면,원시자는 “네”하고 대답하였
고,운문스님은 “이 무엇인가?”라고 말할 뿐이었다.이렇게 하
기를 18년 만에 어느 날 바야흐로 깨치니,운문스님이 말하기
를 “내가 지금 이후로 다시는 너를 부르지 않으리라”고 하였다.
운문스님이 평소 사람을 가르침에 있어 목주스님의 솜씨를
많이 썼다.그런데 그것은 (초심자에게는)접근하기 어렵지만
우리를 속박하는 못과 문설주를 뽑아 내는 뻰찌나 망치[鉗鎚]와
비슷했다.
설두스님이 말하기를 “나는 소양(韶陽:운문스님)의 참신한
기용(機用)을 사랑한다.(그는)일생 동안 사람들에게 속박의 못
과 문설주를 뽑아 주었다”고 하였다.
질문을 던져서 대중에게 설법하기를 “15일 이전에 대해서는
그대에게 묻지 않겠지만,15일 이후에 대하여 한 구절을 말해
보아라”하였으니 이는 대뜸 천 가지 차별을 끊어 버린 것이며,
범부이건 성인이건 관계없다.그러므로 스스로 대신하여 “나날
이 좋은 날이다”라고 하였다.
‘15일 이전’이라 한 말은 이미 천 가지 차별을 꼼짝 못 하게
했으며 ‘15일 이후’라 한 말 또한 천 가지 차별을 꼼짝 못 하게
했다.그는 ‘내일이 16일이니까’라고 말하지 않았는데도,뒷사
람들이 그저 말에 휘둘려 알음알이를 냈으니 무슨 관계가 있는
가?
저 운문스님이 종풍(宗風)을 세운 이유는 남들을 일깨워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