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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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79


                 는 것을 바로 체득하여,삼라만상과 초목․인간․축생들이 뚜
                 렷이 자기의 모습을 완전하게 드러내리라.그 때문에 다음과 같
                 이 말하였다.

                     만상 가운데 홀로 드러낸 몸은
                     오로지 사람만이 스스로 알고서 친하나니

                     옛날에는 잘못되어 길 가운데서 찾았더니
                     오늘에 와 살펴보니 불 속의 얼음과 같구려.

                   천상천하에 내가 참으로 존귀하거늘,사람들은 많이 지말을

                 좇고 근본을 구하지 않는다.무엇보다도 근본이 바르면 자연히
                 바람 부는 곳으로 풀이 휩쓸리고 물이 모여 시냇물을 이루는
                 것 같으리라.
                   “서서히 걸으며 흐르는 물소리를 밟아 버린다”하니,서서히
                 움직일 때에 콸콸 흐르는 물소리 또한 응당 밟아 버릴 수 있다.
                 “내키는 대로 바라보며 나는 새의 자취마저도 그려낸다”하니,

                 보이는 대로 살펴보며 설령 나는 새의 자취라 할지라도 그대로
                 그려낼 수 있다.여기에 이르러서는 확탕(鑊湯)․노탄(爐炭)지
                 옥이라 할지라도 훅 불어서 꺼버리고,검수(劍樹)․도산(刀山)
                 지옥이라 할지라도 큰 소리로 부숴 버리는 것이 전혀 어려울
                 게 없다.
                   설두스님이 이에 이르러 자비의 마음 때문에 사람들이 아무
                 것도 안 하는 경계 속에 주저앉을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다시
                 “풀은 더부룩하고 연기는 자욱하다”라고 하였다.그러므로 모두
                 뒤덮으면 “풀은 더부룩하고 연기는 자욱하다”라는 상태가 될

                 것이다.말해 보라,이는 어떠한 사람의 경계인가를.“나날이 좋
                 은 날이로다”라고 해도 괜찮겠는가?좋아하시네!아무런 관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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