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0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P. 100

100


                 나.그렇지만 화살 끝이 서로 맞부딪치는 것과 같은 기묘함을 살펴보
                 아야 한다.귀신 굴속에 떨어져 버린 것을 어찌하랴.


               평창
                   방거사는 마조스님과 석두스님의 두 처소를 참방한 후 송을
                 하였다.
                   처음 석두스님을 뵙고 대뜸 물었다.
                   “만법과 짝하지 않으니,이는 어떤 사람입니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석두스님이 입을 틀어막는 바람에 약간
                 깨친 바 있었다.그래서 송을 지었다.


                     날마다 하는 일이 다른 것이 없어
                     나 스스로 마주칠 뿐이네.
                     사물마다 취하고 버림이 없고
                     곳곳마다 펴고 오므릴 것이 없나니.
                     붉은 빛 자줏빛을 뉘라서 분별하리
                     청산에 한 점 티끌마저도 끊겼노라.
                     신통과 묘용이란
                     물 긷고 나무하는 것이구나.


                   그 뒤에 마조스님을 참방하고 또 물었다.
                   “만법과 짝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 그대가 서강(西江)의 물을 한입에 다 마셨을 때 그대에게 말
                 해 주겠네.”
                   거사는 크게 깨치고 송을 하였다.

                     사방으로부터 함께 모여 와서

                     모두 하염없는 법을 배운다.
                     여기가 바로 부처를 뽑는 시험장이니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