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5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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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105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이 어디입니까?”
-한 배에 탄 모든 사람을 모조리 속이는군.동산스님의 말에 놀아나는
군.낚시에 걸려들었구나.
“추울 때는 스님을 춥게 하고 더울 때는 스님을 덥게 한다.”
-진실은 거짓을 가리지 못하고 굽은 것은 곧음을 감추지 못한다.벼랑
에 임하여 범과 외뿔소를 보았으니 괜히 한바탕 근심스럽겠다.큰 바
다를 뒤엎어 버리고 수미산을 걷어차 버렸다.말해 보아라,동산스님
이 어디에 있는가를.
평창
황룡 오신(黃龍悟新)스님이 이를 염(拈)하였다.
“동산스님은 소매 끝에 옷깃을 달고 겨드랑 아래 옷섶을 튼
(보통 옷을 입었지만)이 스님이 이해하지 못한 데야 어찌하랴.
지금 어느 사람이 황룡스님에게 묻는다면,말해 보라,그가 어
떻게 왔을까?”
한참 동안 말없이 있다가 말을 이었다.
“선(禪)을 함에는 굳이 산수(山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마
음이 사라지면 불은 저절로 시원해진다.”
여러분은 말해 보라,동산스님의 올가미가 어디에 있는가를.
이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면 동산스님의 오위(五位)및 정(正)․
편(偏)으로 번갈아 가며 사람을 제접하는 것을 알게 되리라.이
와 같은 향상의 경계에 이르러야만 요리조리 궁리하지 않고서
도 자연히 잘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바름[正]가운데 치우침[偏]이여!
삼경의 초저녁 밝은 달 앞에서
만나서도 알아보지 못한 것을 달리 생각 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