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P. 102

102


                 는 말하기를,“거사의 기봉은 번갯불 치듯 하는데 눈덩이를 뭉
                 치려고 한다면 어느 시절에 되겠는가!말하자마자 바로 조처를
                 취해야 하고,말하자마자 바로 쳐버렸어야 끊어 버릴 수 있다”
                 고 하였다.설두스님은 그가 때렸던 행위를 송하였다.


               송

               눈덩이로 쳐라,눈덩이로 쳐라.
                -제이의 기봉에 떨어진 것을 어쩌랴.수고롭게 말할 것 없다.(번뇌의
                 풀더미가)머리 위로 질펀하고 발 아래도 질펀하다.

               방노인의 기관(機關)은 잡을 수 없어라.
                -거의 사람들이 모른다.그렇지 못할까 염려스러울 뿐이다.
               천상․인간도 전혀 모르나니,
                -이 무슨 소식일까?설두스님은 알까?

               눈 속,귓속까지 끊긴 듯 맑고 시원하여라.
                -화살 끝이 서로 마주치는 듯 (절묘하다).눈이 있으나 봉사 같고 입이
                 있으나 벙어리 같구나.

               씻은 듯 끊김이여,
                -무엇일까?어디에서 늙은 방거사와 설두스님을 볼 수 있을까?
               파란 눈 달마스님이라도 알아차리기 어려우리.
                -달마스님이 나오면 뭐라고 말할까?(원오스님은)치면서 말한다.(설
                 두)스님 무슨 말을 하십니까?한 구덩이에 묻어 버려라.

               평창
                   “눈덩이로 쳐라,눈덩이로 쳐라.방노인의 기관은 잡을 수 없
                 다”하였는데,설두스님은 거사의 머리 위에서 놀려고 하는 것
                 이다.옛사람이 눈[雪]으로써 평등 무차별의 세계를 밝힌 것이

                 다.설두스님의 뜻은 “당시 눈을 뭉쳐 던졌더라면,거사가 제아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