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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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2칙
노방의 잘 내리는 눈[老龐好雪]
수시
혼자서 제창하고 홀로 희롱하여도 흙탕물을 끼얹는 것이요,
북 치고 노래하기를 혼자서 모두 하더라도 은산철벽[銀山鐵壁)
이다.이리저리 궁리했다가는 해골 앞에서 귀신을 볼 것이며,
찾으며 생각하면 캄캄한 산아래 떨어지리라.밝고 빛나는 태양
은 하늘에 솟아 있고,소슬한 맑은 바람은 온 누리에 가득하다.
말해 보라,옛사람에게도 잘못된 곳이 있었는가를.거량해 보자.
본칙
방거사(龐居士)가 약산(藥山)스님을 하직하자,
-이 늙은이가 이상한 짓을 하는구나.
약산이 열 명의 선객(禪客)에게 문 앞까지 전송하도록 하였다.
-그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지.이것은 무슨 경계일까.모름지기 근원
을 아는 납승이어야 할 수 있을 것이다.
거사는 허공에 날리는 눈[雪]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멋진 눈!송이송이 딴 곳으로 떨어지지 않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