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1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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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101


                     마음을 비워야 급제하여 고향 가리라.

                   그는 작가 선지식이었기에 많은 총림에서 서로 우러러 바라
                 보고,이르는 곳마다 다투어 칭찬하였다.
                   약산에 이르러 머무른 지 오래되어 마침내 약산스님을 하직
                 하니,약산스님은 그를 존경하여 선객 열 사람으로 하여금 그를
                 전송하도록 하였다.이때 마침 눈이 내리자 거사는 눈을 가리키

                 며 말하였다.
                   “멋진 눈!송이송이 딴 곳으로 떨어지지 않는구나.”
                   이어 선객들이 일제히 말하였다.
                   “어느 곳으로 떨어집니까?”
                   거사는 대뜸 그의 따귀를 후려쳤다.이는 선객들이 이미 법
                 령을 시행하지 못했기 때문에,거사가 반쯤 시행한 것이다.비
                 록 지금 법령을 시행하긴 했지만 모든 선객이 이처럼 응수한

                 것은 (설두스님의)의도를 몰라서 그랬던 것이 아니다.기봉을
                 방거사와 다르게 사용하였기 때문이다.그러나 거사의 경지에
                 는 이르지 못했기에 그의 기합소리에 얼어서 그의 보살핌[鷇]*
                                                                        11)
                 을 벗어나기 어려웠던 것이다.
                   거사는 그의 따귀를 후려친 후 다시 말하였다.
                   “눈을 뜨더라도 장님처럼 하고 입을 벌리더라도 벙어리처럼
                 한다.”
                   설두스님은 이 말에 대해 다른 측면에서 논평을 했다.

                   “처음 물었을 때 눈덩이를 뭉쳐 바로 후려쳤어야지.”
                   설두스님이 이처럼 말한 것은 방거사가 한 질문의 핵심을 저
                 버리지 않고자 함이었으나,기봉이 늦고 말았다.경장주(慶藏主)


            *鷇:丘자와 候자의 반절.새끼 새 중에서 어미가 먹이를 갖다 주는 것을 먹는 부
              류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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